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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공학(소프트웨어)과 적성에 대한 고찰(오고 싶다면 읽어 볼만한 글)

vidi 2021. 1. 16. 23:14

 일단 나는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에 재학 중이다. 우리 학과는 17학년도부터 문이과 교차지원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이후 4차 산업혁명 붐이 일면서 인기가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그거야 뭐 다른 학교의 컴공(소프트웨어 - 어차피 배우는 건 똑같으니 컴공으로 말하겠다.)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런 시류와는 별개로 이 전공에 대해 오랫동안 느끼고 생각했던 것이니 편하게 읽어줬으면 좋겠다.

 

 먼저, 1학년으로 들어오면 컴퓨터 공학과는 관련 없는 것들이 시간표에 꽉 채워져 있다. 당연한 거다. 컴퓨터 공학 이전에 공학자로서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인 지식이 컴공에도 존재한다. 미적분학과 선대, 물리 등등. 그리고 한두 개의 컴퓨터 코딩 관련 수업을 듣게 되는데, 이게 참 애매하다. 당신은(그냥 평범한 인문계를 졸업한) 태어나서 한 번도 전자기기들을 사용하면서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당연하다. 그저 잘 되면 좋은 것이니까. 하지만 그 코딩 과목에서는 그것들이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그러니까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요소인 컴퓨터 언어로 된 스크립트들을 작성하게 된다.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뭐가 뭔지도 모르는데 별 찍기를 하고 있질 않나, 문자열을 잘라서 구분하고 있질 않나 ASCII는 또 무엇이며 컴파일러는 또 무엇인가.

 

 물론 이러한 고민들이 2학년 되어서도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따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제대로 배운 것은 없이 아 대충 이러면 되더라~ 라는 피상적인 해결책만을 가지게 될 뿐이니까. 물론 이런 방법론적인 통찰에 대한 해답이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궁금한 것만 더 늘어날 것이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그냥 과제 코딩만 하는 기계일까? 이게 뭐 하는 것이지? 싶은 것들 말이다.

 

 사실 이런 것들에 대한 해결책은 단순하다. 당신은 따로 노력을 해야한다. 군대를 포함해서 수년간 컴공에 소속되어 있어 본 결과 적성은 맞는 것이 아닌 맞춰가는 것이다. 코딩이나 개발을 함에 있어서 당신이 다 잘할 수는 없다. 당신은 논리적이지만 창의력은 부족해 새로운 것을 찾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일 수 있고, 창의적이지만 논리가 부족하여 비효율적인 코드들을 양산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여기에 몸 담은 사람들의 특징을 말하면 끝이 없다. 모두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래도 능력의 다각형이 다른 사람들보다 큰 사람이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거북목이 되어가면서까지 무언가를 고민하고 탐색하고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러니까 기본적인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이 전공에 적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말 무책임한 말이지만, 지금까지 만났던 학우들을 보았을 때 정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들 또한 이곳에서 처음엔 헤매었고, 결국 어느 정도의 능력과 확신을 갖춘 멋진 사람이 되었다.  

 

 그 전까지는 그저 내가 부족할 뿐이라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백준에서 유명한 koosaga라는 사람이 나와 같은 17학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놀라긴 했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와 나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여러모로. 그저 노력할 뿐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눈에 밟히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스스로 매우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족이 길었다. 결론은 그거다. 당신의 잠재력은 지금까지 당신이 했던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이 분야에 대해 흥미가 있다면,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이 길이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택하라는 것이다. 능력에 있어 재능이 차지한 나머지를 채우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작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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