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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트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후기(`24.07.16 ~ `24.09.12)

vidi 2024. 9. 12. 18:55

서론 

우리 회사에는 너를 위해서 하지 말라는 것이 몇 가지 존재한다. 부러워서 그런게 아니라, 진짜 그냥 하지 말라고.

이건 아니다. 그냥 밈으로 봐주세요.

 하지만 모태 똥찍먹러(똥도 찍어 먹어봐야 똥인줄 아는 나)였던 나는 이런 것들만 보면 참을 수 없다. 그렇게 하여 A..읍읍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

난 항상 그 '왜'를 담당해 왔다.

 사실 회사 교육이라는게 뭐 있겠는가??? 솔찌 말해서 꿀 빨다가 수료증 하나 받고 헤헤 저 수료증 하나 받아왔슈 하나 하면서 엉덩이나 토닥 받는게 교육이라 배웠고, 실제로 그래서 손을 들었다. 사실 후기 따위 보지도 않고 헤헤 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라는 펠리컨적 사고를 통해 신청을 하게 되었고 1차 관문을 만나게 된다.

 

사전 평가

 교육을 위한 교육이 있는 그런 과정을 만난거다. 오. 싶지않나? 에이 뭐, 그래도 형식적으로 하는 교육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사전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교육도 못 듣고 온 동네에 사전평가도 못 붙은 녀석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된다는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거 뭔가 크게 잘못됨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끊임 없는 도파민에 절여진 내 뇌는 정상적인 사고를 멈췄는데, 이 때 '2주만에 교육 범위를 다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열어보지도 않았더랬다.(심지어 미국 출장 간다고 1차 시험은 보지도 않았다. 안그래도 시차 때문에 피곤해 죽겠는데 어떻게 노트북 켜서 시험을 치고 그래요. 저는 그런 무식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리고 만난 것은 소프트웨어 공학 한 학기치 분량이었다.

참고로 포켓몬 게임 안 해봤다.

인강 듣는 것은 포기하고 PPT만 읽어내려갔는데, 왜 끝나지 않는지(사실 아직도 다 못 읽었다.), 난 왜 대학 시절 소공을 듣지 않았는지(하기 싫었으니까, 실제로 귀찮아서 정처기 볼 생각도 안했던 나이다.), 왜 이런 짓을 했을까(뒤도 안 돌아보고 일단 지르는 글러먹은 성정 때문) 등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2차 시험)을 맞게 된다. 그럼에도 문제는 대충 취준 때 지겹게 보던 CS에서 나오던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기에 아예 불가능하진 않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풀어나갔는데, 끝날 때 쯤에는 아.. 이대로 떨어져도 그냥 모자라지만 착한 후배. 동네에 코 흘리는 애가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뭔놈의 문제가 그리 많고 복잡해. 뭐 그래도 괜찮은 점수로 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냥 동네 바보가 좋았지 싶다.

 

불행의 시작

 사실 사전 평가에 통과한 이후 나를 따라 지원하게 된 우리 불쌍한 선배님(사랑해요 선배님 어디 가지 마세요. 날 버리지 마세요.)이 먼저 '그'교육에 다녀오시게 되면서 상반기 프로젝트를 내가 혼자 떠맡게 되었는데, 지옥을 보게 되었다. 꽤나 높은 분들이 주목하고 있는 우리 부서 상반기 목표인데 그 골을 달성하는게 나라니. 얼마나 짜릿한가? 아무런 생각 없는 팰리컨이 쳐맞기에는 조금 많이 무리였던 무엇이었다. 결국 거의 매일 회사에 출근하며 아침에는 두발로 걸어 들어가고 저녁에는 네발로 기어 나가는 직장인의 삶을 살게 되었다. 뭐 결국 해내서 쓰담쓰담을 무한으로 받았더랬지. 아주 뿌듯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예열일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난 이만하면 직장인으로써의 삶을 충만하게 즐기고 있다. 라는 생각을 하며 휴가도 다녀왔다. 뭐... 교육 가 있는 선배와 대화할 때 마다 Deep Dark한 내 미래가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게 무슨 밈이었더라

뭐 이래저래 선배도 돌아오고, 힘들었다고 하시지만 웃고 계시는 걸 보고 아 아무리 그래도 사람 쉽게 안 죽고 괜찮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 선배랑 같이 교육을 다녀오신 다른 선배님의 교육 사전 꿀팁 모음집을 읽고는 했더랬다.

제주도 가서 끼리코를 포함한 귀여운 동물친구들도 구경했다.
귀엽다고 말해라.
귀엽잖아.

나태 지옥 시작(Interim)

그리고 만난 내 미래는 지옥이었다. 인생 살면서 그렇게까지 나태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나태지옥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계속된 실습과 요구되는 엄청난 양의 레포트 양은 나를 얼게 만들었다. 라고 생각하면 당신, '그게 뭐 힘들다고 그러냐 이 징징이 같으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간단하게만 설명해주자면 업무시간동안에는 교육과 실습을 들어야하고, 퇴근하면 레포트를 써야한다. 사실 난 생일이었는데도 내 부서 동기들을 만난 약속 이외에는 어떤 약속도 잡지 못했다.

이자리를 빌어 내 최애 임티(회사용)로 케이크를 해준 칭구들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따.

 

 교육과 레포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공간이라 말을 제대로 못하겠는데, 개발자로써의 역량을 키우기보다는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 중 한 유형의 사람들을 키우기 위한 내용으로, 기술적인 기술자 겸 비문학 영역을 좋아하는 문과의 퓨-전을 만들기 딱 좋은 뭐 그런 내용들이었다. 논리를 강화해야했고, 오늘 내가 한 말을 내일은 반박하기 위한 근거를 찾아야 했으며, 그 근거를 통해 그제 내가 한 말을 지우고 새로 쓰는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한 결과 약 한주 반동안 60p 정도의 레포트를(중간평가도 아니고 1/3 평가다.)완성할 수 있었고 제출하게 되었다. 이 시기 근무 시간은 일 9~18(8h) + 18~19(1h)+21~23(2h) 로 약 11시간 정도 되었다. 아, 주말은 저 모든 시간을 레포트에만 쓸 수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13시에 일어나서 23시까지 10시간씩만 했던 것 같다.

 뭐 결과적으로는 초기 평가가 꽤나 괜찮게 나와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진짜 기억력이 안 좋은 나 인듯 하다.)

 

퇴사도 락이라고 해줘(Pre-Final)

 진짜는 여기서부터다. 레포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을 작성해야 하며, 이 부분을 작성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림을 잘 그리고 논리를 잘 세우는 것인데, 난 있는 것을 응용하고 아름다운 부분을 찾아내는 것을 잘하지 만드는 것은 못한다. 레퍼런스로는 내 모습이 있다. 

 이 시기에는 진짜 매일이 심신미약자 상태였는데, 채워야 하는 무식한 레포트 양과 과거의 내가 저지른 자잘한 실수들을 함께 매워 나가야 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진심으로 운동이 유일한 낙이었더랬다. 운동이 없었으면 나는 정말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난 내가 운동 해야 그나마 버틸 것 같다고 라고 말하는 날이 올 줄은 하늘에 맹세코 절대 몰랐다 (물론 지금은 안그렇다. 없어도 잘 버틸 것 같다.) . 

 매일이 우울했고, 몸과 마음이 고갈되는 것이 느껴져 매일같이 퇴사할까? 라는 말을 하고 엄마한테 등짝을 맞는 나날들이었다. 그나마 레포트 제출 이후 대학교 친구들과의 회동이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날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 것이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정말 매일 아침이 우울했던 날들이었다.

EA는 Sports 뿐이다. 이건 해로운 EA이다.

 그렇게 매일을 집 안에 쳐박혀서 레포트를 작성하다 보니 레포트 제출일이 되었고, 나는 총 140p 정도의 레포트를 작성하여 제출할 수 있었다. 

누룽지가 없었다면 안됐을거다.

 제출 하는 시점에도 부족한 것들이 너무 많이 보였지만 뭐 어쩌겠는가, 교수님 미워. 애초에 이런 양을 말하는 미토콘드리아같은 나에게 요구하면 안됐잖아. 당신은 그러면 안됐어. 내가 손으로 싸는 똥이 뭔지 보여줄게. 라는 마음으로 제출 했더랬다. 뭐... 그런데도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충격이었지만 말이다.(못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진짜 상대적으로도 꽤 괜찮은 성적을 받았다고 했다.)

 아 추가적으로 이 시기에 갑자기 주식 대 폭락장이 와버린 바람에 벌어놓은 돈 중 꽤 큰 부분을 잃게 되었다. 그래도 이득 봤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난 영웅아 호걸아 아니지 않을까??? 

잠깐의 휴식(광복절 + 주말)

 PreFinal Report는 레포트 전체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이 레포트를 작성한 이후 피드백을 받고 점수가 나오기 전까진 조금 쉬기로(널널하게 하기로) 했다. 그 동안 곤듀 파티도(맛깔진 회랑 술 먹으면 그게 공주다.) 하고, 15시에 일어나기도 하면서 조금은 여유로운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끝나지 않았다는 마음에 찝찝하긴 했지만 뭐 어쩔건가. 나도 살아야지. 

그냥 넣고 싶어서 넣었다.

끝났?(Final)

마지막 Report 주간이 왔다. 지금까지의 레포트 피드백을 반영하고 내가 쓴 레포트 및 구조를 스스로 평가하는 내용을 작성하는 시기였다. 정말 하찮지만 그 와중에 해당 영역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바람에 내 글을 봄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이 보이기 시작했고, 매일 미친듯이 수정했던 것 같다. 심지어 파이널 레포트를 제출하는 그 날까지 앞내용 수정 + 뒷내용 추가를 반복했다. 분명 선배가 이 시기엔 별 것 없다고 했는데... 체력적으로 한계가 와서 그런진 몰라도 작성 기간동안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만 끝나면 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이런 미친 생각을 하는 교육이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라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던 날들이었다. 생각해보니까 저 말은 진짜 그냥 미친 사람 같네. 어떻게 사람이 회사로 돌아가서 기뻐?

뭐 아무튼 이 시기 쯤 Chat GPT를 유료결제 해서 LLM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한시간 단위로 내 레포트 보여주면서 빨리 뭐 다른거 없어??? 보강할 부분 네가 찾아!! 하는 바람에 진절머리가 날법도 한데 군말 없이 내가 할 일을 대신해준 쨧피티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사실 스트레스 받을 때 화낼 곳이 없어서 얘한테 욕도 했다. 언럭키 심심이같으니.)

끝난줄 알았지(면접)

 지독하다. 이렇게 지독한 것은 내 인생 처음이었다. 

어? 내 레포튼가

 과제를 하고 나서 일주일정도의 시간이 지난 이후, 면접을 보게 되었다. 교육도 교육인데 평가도 포함된 교육이라서 '인증'을 해주냐 마냐에 대한 마지막 평가가 이 면접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사실 준비 많이 안 하고 퇴근하고 한두시간만 관련 내용과 내 레포트를 봤다. 면접 대부분이 관련 내용과 내가 레포트를 쓴건지 베낀건지 확인하기 위한 것임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일단 레포트 점수 자체는 지금까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중박만 치면 합격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솔직히 하루 한두시간 공부하는 것만 해도 많이 하는것이 아닐까?? 내가 취준생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면접장에서 무너졌다. 교수님은 좀... 많은 것을 원했다는 것을 내가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A 알아요? 이거죠?? 그럼 A를 적용했을 때 T 상황에선 어떻게 될까요?의 연속이었고 난 그냥 소설을 써내려갔다. 뭐 절반 정도는 만족시켰던 것 같다. 부족하긴 했지만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해낼 수 있었고 그렇게 결과만을 기다렸다.

면접 이주 후(오늘) 최종 결과가 나왔고, 그놈의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에 마지막 동원 예비군도 다녀오고, 휴가 써서 곤듀 파티(또 했다)도 하고 일도 하면서 편?하게 지내서 사실 어느정도 잊고 있었는데, 결국 인증 소식을 받을 수 있어서 도와준, 응원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렸다. 사실 별 거 아닌 것 처럼 보이는 무언가지만, 결국은 해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솔직히 신입이 배우라는 일은 안 배우고 교육이나 갔다오는게 아니꼬왔을 수도 있는데,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도와준 선배님들께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응원해준 내 동기들, 친구들까지도. 앞으로도 잘하진 못하겠지만 못되게 굴진 말아야지(그래도 제주도는 생각해볼게). 앞으로도 열심히 사는 모습 또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미친 일상이었다.

그냥 안 해도 되는 일상 이야기들

아 베이스 연습해야하는데.
21세기 공주들은 이렇게 논다.
엄마 아빠 김밥은 없었다고 한다.
회사 돌아갔더니 카페 리뉴얼되고 스마트 오더도 생겼다. 다른 회사 같다.
내 김볶밥이 없어지고 빵집이 생겼다. 빵 맛있따.
셀프 라면 코너도 생겼다. 진순이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합격점 드린다.
교보문고 옆에서 철권 겜기를 찾았다. 가끔 가서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