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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 1주년을 기념하는 이야기

vidi 2024. 6. 9. 22:01

1년도 됐겠다. 요즘은 취미라고 정말 자연스럽게 말하기도 하고. 그냥 쓸 때 됐다 싶어서 쓴다.
군 전역 이후로 20kg이 쪘다.
뭔 말을 해도 핑계이긴 하다만, 돌아오고 나서는 조금씩(정말 조금)이라도 하던 헬스도 그만두고 매일같이 방에 쳐박혀 있었다.
8시 기상 - 7시까지 회사+학교 - 12시까지 과제/개인 플젝 - 3~4시까지 술 이렇게 이년 반을 살다보니 사람이 사람으로 살기 당연하게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더랬다.
취업을 하고 회사를 다니는데 집 근처에 있는 간판이 그렇게 눈에 띌 수가 없었다. 

안 띌 수가 없다.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이대로 가다가는 건강 문제로 인생 조기 하직하지 싶어서 그대로 등록을 하게 됐다. 안 맞으면 금방 그만 두면 된다는 식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열심히 하지도 않는데 다치는건 자주 다치는 신기한 삶을 경험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힘 약한 왼손인데, 다치기도 잘 다치더라고.
그니깐 말이지 (사실 병원 안 간 부상도 하나 더 있다.(미국 출장 중에 자연치료 했다.))

그렇게 23년을 보내게 됐다. 아무래도 주 2회 나가면 잘했다! 라고 말하면서 늘지도 않는 실력으로 끌고 나간게 몇개월이었을까. 감도 오지 않는다. 조금씩은 늘었겠지 뭐..

동글동글 참 귀엽네...

그러다가 올 해(24년)이 되어 이 글러먹은 몸뚱아리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대회 소식!

체육관 사람들이 대회에 나간다는 것이었다. 그지같이 못하는 나도 같이 갈 수 있으려나 싶었지만, 아직 바뀌고 싶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고 신년이니만큼 체중 감량도 하고 실력도 올릴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좀 무섭긴 했지만... 주변의 응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신나서 짐 싸던 전날 밤

두 달 동안 주 3회는 기본으로 간다는 생각으로 술을 끊고 그 시간을 모두 도장에 쏟았다. 그럼에도 야근은 존재했기 때문에 완벽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 과정에서 생활 습관은 건강하게 잡히고 식습관 또한 많이 개선되어 10kg 정도를 감량하는데 성공했고, 여유로운 계체로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첫판 패배로 나가리되긴 했지만 말이다.

근데 졌쥬? 할 말 없쥬?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었던 조그마한 실력 향상과 체중 감량은 둘째 치고, 주 3~4회 정도 도장에 출근하는 생활 패턴은 내 삶을 아주 풍요롭게 만들어줬다. 의미 없는 술자리에서 매일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돈과 젊음을 소비하던 과거와는 달리 그래도 좀 더 건강한 내일을 만들 수 있는 생활을 만들 수 있게 됐달까.

운동 끝나고 술 마시면 되는거다.

대회가 끝난 이후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났고, 체중은 계속 낮추며(정체기지만) 열심히 주짓수를 하고 있다(늘었나? 의심스럽지만). 
사실 실력이든 뭐든 내게 중요한 것은 아닌 듯하다. 그냥 세상 만사 제쳐두고 체육관 사람들과 운동하며 주짓수에 대한 이야기 하나만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재밌고 행복하다.
이 하찮은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은 있지만 관장님이 말씀하셨다시피 "주짓수가 어렵고, 힘들고, 실력이 늘지 않았다고 생각할 때, 가끔 지난 과거 본인 영상들을 봐보세요.우리는 아주 조금씩 천천히 늘고 있고 그것이 정도입니다." 라는 말을 새기며  내일을 기대할 뿐이다.

벨트도 언젠간 빨아야겠지?

스무살 이후로 매일 다양한 면에서 평가를 치르고 받아왔다. 그리고 아마 계속되지 싶다. 치열한 경쟁이 있는 곳을 내 길로 선택했고 언제나 크고 작은 도전을 받아가며 꾸역꾸역 살아남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언젠가는 이 스트레스가 날 무너트릴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주짓수는 이 길을 걸어감에 있어 정말 소중한 취미이자 라이프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몸 뿐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강하게 해주는 운동이랄까. 어떤 순간에라도 포기한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정말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운동이라서 그런걸까. 끝나는 순간까지 어떤 것도 알 수 없는 운동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말이라서 저장해 놨었는데, "누군가 내게 무슨 벨트냐고 묻는다면 ‘절대 포기 하지 않은 화이트 벨트’라고 대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주짓수에서 전설적인 분이 했더랬다.

포기한 화이트 벨트는 어떻게 될까.

아무튼.. 절대 포기하지 않아야지. 라고 생각한다. (라고 생각하면서 썩은 동태 눈깔로 한텀 쉬겠습니다. 하면서 체육관 구석으로 도망간 나.)
언젠가 일짱이 돼서 다 패고 다녀야지. 2주년도, 3주년도, N주년도 화이팅이다.

팀 도복. 상당히 예쁘다.
잠실에서 이거 팔랑 거리고 다니면 나다.
왼손 관절에 집착하게 됐다.
포토 스팟도 있는 도장이다. 많이 와달라. 뉴비는 언제나 환영이다.
빨리 퇴근한 날. 도장이나 가야지 했는데, 무지개가 떠 있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도장. 꽤나 귀엽다.

 
 

레츠기릿이다.